폐의약품

제약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폐의약품 처리 비용 논란

cloud1news 2025. 9. 19. 16:00

우리가 약국이나 병원에서 약을 구입한 순간부터 제약사의 책임은 끝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의약품의 사용과 폐기 과정은 소비자와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폐의약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제약사가 단순히 ‘판매 이후의 문제’라며 손을 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실제로 폐의약품은 항생제 내성 문제를 촉진하고, 호르몬제를 포함한 일부 성분은 수생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그 결과 환경오염과 공중 보건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폐의약품 처리 제약사의 책임

 

그렇다면 이 책임을 누가 져야 할까? 시민들이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수거함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주체인 제약사도 폐기 문제에 일정 부분 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하는가가 지금 뜨거운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해외 사례: 생산자 책임 확대가 정착된 국가들

해외에서는 이미 제약사의 책임을 의무화하거나 비용 분담 제도를 마련한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약물 반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제약사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과 독일 같은 유럽 국가들은 ‘생산자 책임 원칙(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을 적용해 제약사가 폐의약품 수거와 처리 비용을 직접 분담한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약국이나 공공기관에 폐약을 반납하면, 제약사가 지정 처리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구조가 마련되면, 제약사는 자사의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할 수 있고, 사회적 신뢰도 또한 높아진다. 반대로, 소비자는 비용 부담 없이 안전하게 폐약을 처리할 수 있어 참여율이 증가한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한국 사회가 지금 직면한 책임 분담 공백 문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의 현실: 비용 부담은 누구의 몫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폐의약품 수거와 처리는 주로 지자체 예산과 약국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한다. 약국은 인력과 공간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별도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제약사는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만 취할 뿐, 폐기와 환경 부담에 대한 책임은 사실상 회피하고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약국 현장에서는 “왜 우리만 책임져야 하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또 지자체 역시 한정된 예산으로 수거와 처리를 감당하기 어려워, 지역별 수거율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결국 지금의 시스템은 소비자·약국·지자체만 부담을 지고, 정작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제약사는 비켜가고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공정성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도 큰 위협이 된다.

 

제약사가 참여해야 하는 이유

제약사가 폐의약품 처리 비용 분담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도덕적 책임 때문만은 아니다. 첫째, 제약사는 약물의 특성과 위험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체이므로, 폐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영향까지 관리할 능력이 있다. 둘째, 소비자와 정부가 전적으로 비용을 떠안는 구조는 불공정하며, 제약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제약사가 폐기 비용을 분담해야 올바른 약 사용과 생산량 조절이 가능하다. 불필요한 과잉 생산을 줄이고, 친환경적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는 유인도 제공된다. 결국 제약사의 비용 분담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환경 보호와 기업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와 정책적 제안

폐의약품 처리 비용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와 제도화가 필요하다. 첫째, ‘생산자 책임 원칙’을 국내 의약품에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둘째, 약국과 지자체가 감당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약사·유통업체·정부가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소비자가 올바르게 폐약을 반납할 수 있도록 전국 단위 홍보 캠페인과 편리한 수거 인프라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약사가 참여하는 폐약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투명하게 비용 분담과 처리 과정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제약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 환경·보건·산업이 균형을 이루는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