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

수도권과 지방의 수거 인프라 차이 – 폐의약품 수거의 불균형

cloud1news 2025. 7. 9. 10:00

폐의약품 수거는 더 이상 단순한 생활 정보의 문제가 아니다. 수질 오염, 생태계 교란, 약물 오남용 예방 등 공공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실천 과제다. 정부는 국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등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어디 사느냐’에 따라 폐약품을 버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달라지는 현실이 존재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폐의약품 수거 인프라 차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수거함이 있고, 약국의 참여율도 높아 ‘찾아서 버리는 일’ 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강원, 전남, 경북, 제주 등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폐의약품을 버릴 수 있는 장소조차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떤 지역에서는 주민이 버리려는 의지가 있어도, 수거함이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거나, 설치 여부조차 공공정보에서 찾기 어려운 곳도 존재한다. 이처럼 폐의약품 수거 인프라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명확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환경 실천 기회에 있어 ‘정보 격차’가 아닌 ‘기반 격차’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은 잘 되는 이유 – 예산, 시스템, 시민 참여가 맞물린 선순환

서울과 경기도의 경우 폐의약품 수거 인프라가 비교적 잘 작동하는 편이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약국, 보건소, 구청 등에 수거함을 운영하고 있고, 시민이 직접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도나 전용 페이지를 제공하는 구청도 여럿 있다. 특히 강남구, 용산구, 마포구 등은 수거함 위치를 구청 홈페이지와 SNS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캠페인도 자주 개최해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경기도는 수원, 성남, 고양, 안양 등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약사회와 보건소 간 협업 체계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수거된 약을 보건소가 주기적으로 수거하고 전용 처리시설로 이송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일부 지자체는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 설치를 공공기관에 의무화하거나, 민원에 따라 수거함을 신속하게 추가 설치해 주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충분한 예산 확보, 행정 인프라, 시민 인식 개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가능해진 결과다. 수도권 시민은 상대적으로 ‘정보를 검색하면 실천할 수 있는 조건’을 쉽게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 현실 – 버릴 곳이 없어 그냥 두는 시민들

지방의 폐의약품 수거 현실은 수도권과 매우 다르다. 특히 인구 밀도가 낮고 보건 행정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수거함 설치율 자체가 매우 저조하다. 예를 들어 전남의 일부 군 단위 지역, 강원도의 중산간 지역, 경북의 농촌 지역에서는 수거함이 설치된 약국이나 보건소를 찾기 위해 차로 3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수거함의 위치조차 지자체 홈페이지에 명확히 안내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전화로 문의해야만 알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전북 고창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약국에 폐의약품을 가져갔더니 ‘우린 안 받는다’고 해서 보건소에 갔더니 거기서도 ‘수거일이 정해져 있다’며 다시 돌아오라고 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시민은 ‘버리기 어려운 것’은 그냥 집에 쌓아두거나 일반쓰레기로 처리하게 된다. 의지가 있어도 실천할 수 없는 환경은 결국 시민의 관심을 꺼뜨리고, 참여율 저하로 이어진다. 지방에서는 약사들이 폐의약품 수거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더 많다. 수거함 설치와 보건소 전달에 필요한 행정 협조가 원활하지 않거나, 분류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의 보건 행정 역량 부족, 예산 한계, 인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폐의약품 수거는 국민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과 기회를 제공해야 실효성이 생긴다. 수도권은 시민의 환경 실천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만, 지방은 제도가 ‘존재만 할 뿐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이를 해결하려면 첫째,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 수거 체계 구축과 지자체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약국이 수거함을 자율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보건소에 수거 인력과 예산을 분배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둘째, 모바일 기반의 전국 수거함 위치 안내 서비스 구축이 시급하다. 서울에서든, 제주에서든, GPS를 통해 가까운 수거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시민은 실천할 수 있다. 셋째, 지방 약사회와 보건소 간 협의체를 조직하고 수거 프로세스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분류 기준, 수거 일정, 인계 방식 등을 간소화하면 참여하는 약국과 보건소가 느끼는 행정적 부담도 줄어든다. 마지막으로는, 지방 특성에 맞는 이동형 수거 캠페인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건소 차량이 마을을 순회하며 폐의약품을 수거하거나, 정기적인 지역 캠페인을 통해 인식 개선과 수거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건, 수도권과 지방 간 ‘버릴 수 있는 조건’이 달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실천의 문제라기보다 접근의 문제, 구조의 문제였다. 폐의약품 수거는 국민의 책임이기 이전에, 국가가 공평하게 만들어줘야 할 실천의 기회다.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약 버리기,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