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은 우리가 가장 자주 방문하는 1차 보건의료 공간이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조제받을 때, 또는 간단한 소화제나 진통제를 구입할 때 늘 찾는 곳이 바로 약국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약국은 ‘약을 파는 곳’ 일뿐 아니라, 약을 책임지고 회수하는 공공 역할까지 담당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환경부와 보건복지부는 폐의약품 수거체계의 일환으로 약국을 수거 거점으로 지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약국에서는 시민들이 가져오는 남은 약, 유효기간 지난 약, 사용하지 않은 처방약 등을 수거함에 보관 후 보건소로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약국 현장에서는 시민들의 폐의약품 배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약국 직원들은 매일 수십 건씩 약을 정리하러 오는 손님을 상대하면서, 배출 대상이 아닌 물품, 오염된 폐약, 시스템 이해 부족으로 인한 항의 등 다양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약국에서 근무하는 현직 약사와 직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폐의약품 배출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민원 Top 5를 정리하고, 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더 원활하게 약을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 조언을 함께 담아본다.
가장 많은 민원 1위 – “이것도 약인데 왜 안 받아요?”
약국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폐의약품 관련 민원 중 하나는, “이건 왜 수거 안 해요?”라는 항의다. 시민은 자신이 가져온 제품이 약국에서 당연히 수거해줘야 할 폐의약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의료폐기물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오메가3, 종합비타민, 유산균, 루테인 같은 제품은 약국에서도 판매되기 때문에 ‘약처럼’ 인식되지만, 법적으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다. 약국 직원 입장에서는 분명히 수거 대상이 아니고, 보건소에서도 인계받지 않기 때문에 수거를 거절할 수밖에 없다.
또한 파스, 밴드, 가글액, 알코올솜 같은 의약외품이나 사용한 주사기, 수액팩, 인슐린 펜 같은 의료폐기물도 약국에서는 수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모두 ‘약처럼 보이는 제품’이기 때문에 거절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은 기준을 설명하고, 보건소나 주민센터 쪽으로 안내하지만,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민원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이 폐의약품과 유사품을 구분하지 못한 채 약국을 찾기 때문이다. 결국 약국 직원이 곤란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며, 불필요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자주 반복되는 민원 – “왜 약국마다 다 달라요?”, “왜 안내가 안 돼 있나요?”
두 번째로 자주 듣는 민원은 “어떤 약국은 받아주던데, 여긴 왜 안 받아요?”, “수거함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없네요” 같은 정보 불일치로 인한 불만이다. 실제로 폐의약품 수거 참여 여부는 전국 약국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수거 참여 여부는 약국 자율이며, 지자체 또는 약사회와 협약을 맺은 약국만이 공식 수거 대상이다. 이 때문에 A약국은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고 B약국은 없을 수 있으며, 심지어 같은 체인 약국이라도 지점마다 참여 여부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정보가 시민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시민은 포털에서 검색하거나, 동사무소에서 수거 약국이라고 안내받고 방문했는데 막상 약국에서는 수거하지 않는다고 말하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실제 약국 직원은 이런 상황에서 “보건소나 지자체가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았어요”라고 설명하지만, 시민은 “왜 당신들이 책임지지 않냐”라고 따지는 경우도 생긴다. 안내 부재와 시스템 미정비가 만든 애매한 상황 속에서, 약국 직원은 민원 처리의 최전선에 놓이게 된다. 이때 필요한 건 시민의 이해도지만, 동시에 지자체와 중앙 정부의 정확하고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공공 정보 시스템이다.
피로도가 큰 민원 – “이거 분류해서 버려야 하나요?”, “다 같이 가져가도 돼요?”
세 번째로 많은 민원은 폐의약품을 가져온 시민이 약을 분류하지 않고, 뒤섞인 채로 들고 오는 경우다. 약국 직원은 수거된 약을 일정 기준에 따라 선별하고 보건소로 인계해야 하기 때문에, 알약, 연고, 시럽, 점안액, 패치 등 형태별로 정리되지 않은 약을 받으면 업무 부담이 매우 커진다. 특히 약 봉투 없이 약이 섞여 있거나, 시럽 약이 샌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겨 있는 경우에는 위생 문제까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민은 “그냥 가져왔는데 알아서 버려주면 안 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고, 약국 직원은 다시 봉투에 나눠 담아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일부 시민은 병원 처방약과 시중 판매 약을 섞어서 가져오고, 의약품과 의약외품을 구분하지 않은 채 전달해 약국이 이를 분류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기도 한다.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약을 수거하는 일이 본업이 아닌데도 업무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약국도, 시민도 피곤한 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사전 정리 습관과, 정확한 수거 기준에 대한 대중적 안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폐의약품 수거를 둘러싼 약국 현장의 민원은 단순한 ‘불친절’이나 ‘정보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제도 자체의 모호함, 시민 인식의 부족, 행정 시스템의 미비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약국은 약을 파는 공간이지, 폐기물 처리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공공성을 이유로 폐의약품 수거 역할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약국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매우 조심스럽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시민은 약국을 찾기 전에 먼저 자신이 들고 있는 약이 의약품인지, 약국에서 수거 가능한 품목인지 확인해야 하며, 알약과 시럽, 연고 등은 구분해서 가져가는 것이 예의다. 반면, 약국도 수거 여부를 안내문이나 포스터로 명확히 공지하고, 필요한 경우 수거 기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정확하고 일관된 수거 기준을 대중에게 알리고, 수거 참여 약국의 명단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연계를 서둘러야 한다. 폐의약품은 우리가 함께 관리해야 할 ‘공공 책임물’이다. 갈등을 줄이고 실천을 늘리려면, 약국과 시민이 서로 한 발짝 더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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