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

폐의약품 처리, 왜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다르게 말할까?

cloud1news 2025. 7. 8. 13:00

먹다 남은 약, 유효기간이 지난 약, 복용을 중단한 처방약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많은 시민들은 폐의약품이 일반 쓰레기가 아닌 만큼, 반드시 별도 수거함이나 약국을 통해 폐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혼란이 찾아온다. 약국에서는 “이건 저희가 받지 않아요”라고 말하고, 보건소에서는 “약국으로 가세요”라고 한다. 심지어 지자체 민원센터나 주민센터에서도 “환경부 기준은 이렇고, 보건복지부는 저렇다”는 식으로 부처마다 다른 설명이 제공되기도 한다.

 

폐의약품 처리,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차이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폐의약품 관리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가 두 곳 이상이며, 이들이 각기 다른 기준과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폐기물로써의 관점에서 폐의약품을 다루고,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시스템 안에서 약물 안전을 중심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시각과 소관 업무가 다르다 보니, 같은 폐의약품을 두고도 서로 다른 정책 언어와 행정 지침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의 입장 차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현장 혼선,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다.

 

환경부는 ‘쓰레기’로, 보건복지부는 ‘약물’로 본다

환경부는 폐의약품을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본다. 환경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이렇다.
“가정에서 발생한 폐의약품은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안 되며, 약국이나 보건소 등을 통한 안전 수거 경로로 이동되어야 한다.” 이들은 폐의약품이 하수로 유입되거나 매립될 경우, 수질 오염과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강조한다. 따라서 환경부는 전국 약국과 보건소에 폐의약품 수거함 설치를 권고하며, 각 지자체와 협력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폐의약품을 주로 ‘의약품 안전관리’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다. 복지부의 주요 관심사는 ‘환자가 약을 안전하게 복용하고, 남은 약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즉, 폐의약품 처리 자체보다는 약물 오남용 예방, 처방 정확성, 약국의 의약품 취급 기준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폐의약품 처리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일선 약국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폐의약품 수거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방식에 가깝다.

결국 두 부처 모두 폐의약품의 사회적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하나는 폐기물 행정, 다른 하나는 약물 행정이라는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디 지침을 따라야 하지?’라는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장의 혼선 – 수거 주체는 약국인데, 관리 주체는 나뉘어 있다

이러한 이원화된 행정은 현장에서 실제로 다양한 혼선을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시민이 유효기간이 지난 시럽형 항생제를 약국에 들고 갔을 때, 해당 약국이 보건소와 연계되어 있지 않거나, 수거함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라면 “저희는 수거하지 않습니다”라는 답을 듣게 된다. 반면,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해당 약국은 수거함 설치 대상이며, 지자체 협약을 통해 폐의약품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약국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약국은 약물 유통과 복약 지도를 위한 공간이지, 폐기물 수거소가 아니다. 따라서 수거함 설치 여부는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이며, 참여 여부는 약국의 자율에 맡긴다. 그런데 지자체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약국에 수거함 설치를 요청하거나, 민원이 들어오면 약국을 수거 장소로 안내한다. 이처럼 약국은 두 부처의 지침 사이에 낀 상태에서 민원을 처리해야 하고, 시민은 ‘이 약국은 받아주고, 저 약국은 안 받아준다’는 이유로 불만을 제기한다.

이와 같은 이중 행정의 결과는 일관성 없는 수거 시스템과 시민의 혼란, 약국의 업무 부담 증가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결국 폐의약품 처리라는 단순해 보이는 문제 하나가, 두 부처의 해석 차이와 구조적 협업 부재로 인해 복잡한 행정 이슈로 비화된 셈이다.

 

이중 체계를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안내가 필요하다

이처럼 폐의약품을 둘러싼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의 입장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앙 차원의 통합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는 각 부처가 자기 관점에서 수거와 관리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무엇을 따라야 할지 불분명하다. 통합적인 법령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누가 책임지고, 누가 안내하고, 누가 처리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수거함 설치 및 인프라 지원을 전담하고, 보건복지부는 약국 교육 및 시민 캠페인을 강화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현실적일 수 있다.

또한 수거 시스템에 대한 정보 접근성도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은 지자체 홈페이지, 보건소 게시판, 약국 내 안내문 등 제각각의 채널을 통해 안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포털 검색이나 모바일 앱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도대체 어디에 버리라는 거냐”라고 되묻게 된다. 전국 통합 폐의약품 수거 지도를 구축하고, 검색 기능을 제공하며, 어떤 약이 수거 대상인지 명확히 알려주는 통일된 플랫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부처들이 각자의 입장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실제 혼란과 불편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약 하나 버리기 위해 시민이 정부 지침과 부처의 역할까지 따져야 하는 구조는 결코 건강한 행정이 아니다. ‘누가 주체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가’다. 폐의약품 하나를 둘러싼 이중 언어를 하나의 정확한 지침으로 바꾸는 것이 지금 필요한 정책의 우선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