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약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기준으로 판단하곤 한다. “약은 물에 녹으니까 변기에 버려도 된다”, “약 포장지는 일반쓰레기고, 내용물은 흘려보내면 된다”는 식의 내용은 한때 보건 교과서나 생활 속 환경교육 자료에서 무심코 접할 수 있었던 문장들이다. 그러나 지금 기준에서 보자면, 이러한 내용은 정확하지 않거나 매우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재는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식약처 모두 약의 폐기는 반드시 ‘전용 수거함을 통한 안전 폐기’ 방식이 권장되며, 하수나 일반 쓰레기를 통한 폐기는 금지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고, 그것은 현재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얼마나 유효한 정보일까? 더 나아가, 지금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약 버리는 법’은 과연 과학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기준에 부합하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과거 교육 내용과 현재 기준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고, 교실에서 배우는 내용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실천 사이의 간극을 짚어본다. 올바른 약물 폐기는 단지 환경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공공보건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필수 지식이다. 그렇기에 교육은 더 정확하고 실천 중심적이어야 한다.
과거 교육 자료 속 ‘약 폐기법’은 왜 문제가 되었을까?
10~20년 전만 해도 학교 교육에서 약을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매우 단순하게 전달되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과학이나 실과, 보건 교과서에서는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약은 변기에 버린다’ 거나 ‘물에 타서 흘려보낸다’는 식의 표현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었다. 당시 기준에서는 이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 환경학과 약학의 발전을 고려하면 그러한 방식은 매우 위험하고 비환경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약 성분은 대부분 화학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상당수는 정수처리장에서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수계(하천, 호수, 바다)로 유입된다. 특히 항생제나 호르몬제, 진통제 등의 잔류 성분은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항생제 내성균’의 탄생이나 수중 생물의 생식기능 저하 같은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 교육에서 단순하게 전달한 ‘약 버리는 법’은 과학적 근거 없이 반복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많은 시민들이 하수구 폐기를 당연하게 여기는 생활 습관을 갖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잘못된 정보가 여전히 일부 교육 자료나 온라인 콘텐츠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현재 학교 교육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현장과 정책의 간극
최근의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는 약물 안전 사용과 약물 남용 예방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보건 수업이나 환경 교육 시간에 약물 오남용의 위험성, 복약 지도의 중요성, 폐의약품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포함되긴 했지만, 폐기 방법에 대한 구체적 안내는 여전히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부 교재에서는 “약은 약국이나 보건소에 버려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으나, 수거함 위치나 실제 이용 방법, 분류 기준에 대해서는 언급이 생략되어 있다.
또한 교육청이나 학교 차원에서 폐의약품 수거 캠페인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연 1회에 불과하거나 특정 학년에만 적용되는 특강 형식에 그치고 있어 지속성과 체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교육 내용과 실제 사회에서 적용되는 지침이 연결되지 않아, 학생들은 수업에서 들은 내용을 가정에서 부모나 조부모에게 설명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가정에서 '약은 변기에 버리면 돼'라는 식의 낡은 정보를 다시 주입받기도 한다. 결국 이 간극은 폐의약품의 잘못된 배출을 반복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사회적 실천도 이루어질 수 없다.
정확하고 실천 가능한 지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올바른 약 폐기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첫째, 교과서와 보조 교재에서 사용하는 문구를 현행 지침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 “약은 버릴 때 꼭 약국이나 보건소의 수거함을 이용해야 하며, 변기나 쓰레기통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문장이 포함되어야 하며, 그 이유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단발성 교육이 아닌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단계별로 맞춤형 폐의약품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와 동시에 가정과 연계할 수 있는 활동도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셋째, 모의 수거 체험이나 지역 약사회와 연계한 약국 견학 활동, 또는 온라인 퀴즈 앱을 통한 참여형 교육 등 실천 중심 프로그램이 도입된다면 학생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 넷째, 교사 대상 연수 과정에도 폐의약품 관련 최신 정보를 포함해 교사 스스로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실의 정보가 곧 사회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모두가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간 협업을 통해 통합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국 학교에 적용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약을 잘 버리는 일은 환경 보호이자 건강 관리이며, 더 나아가 올바른 시민의식을 실천하는 시작점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은, 작지만 정확한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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