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강아지, 고양이를 넘어 소형 설치류, 조류, 파충류까지 다양한 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 서비스와 약 처방도 일상화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은 진통제, 항생제, 외부기생충 예방약, 구충제 등이 집 안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되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반려동물용 영양제나 약품이 손쉽게 구매된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이런 동물용 약을 다 쓰고 난 뒤에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그냥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되지 않을까?”, “사람 약처럼 약국에 가져가야 하나?” 같은 의문이 떠오르지만, 정확한 답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사람의 약은 폐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수거함에 따로 버리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가고 있지만, 동물용 약은 그 경계에 걸쳐 있으면서도 명확한 가이드가 부족한 영역이다. 특히 반려동물의 약도 화학물질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버릴 경우 환경오염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사람과 반려동물의 약이 폐기 방식에서 어떻게 다른지, 동물약은 어떤 경로로 버려야 안전한지,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해 본다.
반려동물의 약, 사람의 약처럼 폐의약품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먼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반려동물의 약은 사람의 폐의약품 수거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관장하는 폐의약품 수거 지침은 ‘사람이 복용한 의약품’을 기준으로 하며, 그 수거처는 보건소나 약국에 설치된 전용 수거함으로 제한된다. 즉, 동물병원에서 받은 약이나 온라인에서 구매한 반려동물용 약품은 약국 수거함에 넣을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약국에서는 반려동물 약을 수거함에 투입하는 것을 거절하거나, “우린 그건 안 받아요”라는 말을 한다. 이는 제도적으로도 이유가 있다. 동물용 의약품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를 받고 있으며, 수의학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약은 수의사 처방 하에 사용되는 별도의 약물로 분류된다. 따라서 사람의 약과는 행정체계, 안전기준, 폐기 방식까지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동물의 항생제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관리하며, 그 성분이 환경 중에 잔류할 경우 수질 오염뿐만 아니라 토양과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현재 대부분의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약을 다 쓴 후 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거나 변기에 흘려보내는 등 무분별한 처리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동물용 약이 오염물질로 배출되고,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반려동물의 약도 적절한 방법으로 처리되어야 하며, 사람 약과는 별도로 인식하고 폐기 지침을 따르는 문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의 약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약을 처방받은 동물병원에 반납하거나 문의하는 것이다. 일부 동물병원은 자체적으로 유효기간이 지난 약이나 사용하지 않은 약을 회수해 지정된 방법에 따라 폐기하고 있으며, 보호자가 원할 경우 약을 가져와 반납하면 대신 처리해주는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다. 물론 모든 병원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므로, 약을 처방받을 때 미리 ‘다 쓰고 남으면 어디로 가져가야 하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병원에서 수거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지자체 환경과나 농림축산식품부 상담센터를 통해 ‘동물의약품 폐기 방법’을 문의하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동물약도 생활계 폐기물로 수거 가능한 방식으로 안내하거나, 전문 위탁처리 기관에 맡길 수 있도록 연결해주기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실천은 ‘약을 무조건 쓰레기로 버리지 않기’이다. 약을 절대 변기에 흘려보내거나 싱크대에 붓는 행위는, 사람 약이든 동물 약이든 공통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액상형 약은 새지 않도록 밀봉한 후 별도의 봉투에 넣어 잠시 보관하고, 알약이나 연고, 외용제는 포장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별도로 분리해 두는 것이 좋다. 일부 보호자들은 사람용 폐의약품 수거함에 동물용 약을 몰래 넣기도 하지만, 이는 수거 분류 과정에서 오염물로 간주되어 전체 수거품의 폐기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올바른 방법은 병원에 반납하거나, 지자체 가이드에 따라 위탁 수거 장소를 활용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반려동물 약품은 수의사와 상담 후 폐기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특히 처방 중단이 필요한 약물은 마음대로 중단하거나 보관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에 재문의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제도와 인식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다
현재 반려동물 약품 폐기 문제는 시민의 인식 부족뿐만 아니라 행정적 공백에서도 비롯된다. 사람의 약은 폐의약품 수거함이라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동물의 약은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일부 동물병원은 자체 폐기 절차를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은 해당 시스템이 미비하거나 보호자에게 안내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의약품 관리 지침은 대규모 축산용 항생제나 백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도시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반 시민들의 생활 속 폐기 문제를 커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반려동물 보호자가 손쉽게 약을 폐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며, 예를 들어 전국 동물병원에 공통된 수거함을 설치하거나, 반려동물 약품만 따로 수거하는 택배 회수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동시에 시민 대상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반려동물의 생명만큼 중요한 것이 약에 대한 책임 있는 소비와 폐기라는 사실을 보호자가 인식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권장사항이 아닌, 환경과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공공적 실천이라는 메시지가 전파되어야 한다. 약을 쓰는 것만큼이나, 약을 잘 버리는 일도 하나의 ‘돌봄’이라는 인식 전환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면, 그 가족을 위한 약도 끝까지 책임 있게 관리하고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과 동물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반려동물 약 폐기법도 더이상 모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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