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쌓이는 폐의약품 문제 – 대안은 무엇일까?

cloud1news 2025. 7. 12. 10:30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흐름은 바로 ‘1인 가구’의 증가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가구의 33% 이상이 1인 가구로 나타났으며, 2040년에는 절반 가까이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 단위로 생활하며 약을 공동 보관하고, 가족 구성원이 함께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혼자 사는 개인이 약국을 찾고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집 안에 약을 보관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쌓이는 폐의약품 문제와 대안

 

그런데 이 변화는 ‘폐의약품 문제’라는 예기치 못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1인 가구의 약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약을 버리는 방식이나 정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관심하거나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살다 보니 누군가 정기적으로 약을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다 먹지 않고 남기는 경우도 잦으며, 먹다 남은 약을 서랍에 넣고 잊어버리는 일도 흔하다. 그렇게 방치된 약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쌓이게 되고,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가 어느 날 쓰레기봉투에 함께 버려지거나, 싱크대에 버려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이 폐의약품 문제는 단지 생활 속 불편함에 그치지 않고, 환경오염과 약물 내성, 약물 중독 사고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책적·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1인 가구 특유의 소비 구조가 폐의약품 누적의 원인이 된다

1인 가구의 약 소비 방식은 가족 단위와 다르다. 감기약, 두통약, 소화제 같은 상비약을 사더라도 용량은 대부분 3~5인 기준으로 포장돼 있어 혼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두 번 먹고 나면 남기기 쉽다. 특히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의 경우, 복용하다가 증상이 나아지면 중단하고 남기는 경우가 흔하며, 그 남은 약은 다시 쓸 수도 없고, 버리기에도 애매한 상태로 보관된다. 누군가 함께 사는 경우라면 남은 약을 공유하거나 정리라도 하겠지만, 혼자 사는 경우엔 ‘나중에 쓸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랍에 넣어두기 일쑤다. 실제로 1인 가구 중 60% 이상이 집 안에 먹지 않는 약을 보관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는 유효기간이 지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쌓인 약이 단순히 공간을 차지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약효가 사라지거나 성분이 분해돼 독성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항생제의 경우 자연 속으로 유출될 경우 환경 속에서 내성균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1인 가구 중에는 고령자나 정신건강 질환을 가진 사람도 포함되어 있어, 약을 잘못 복용하거나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도 함께 존재한다. 이런 구조적인 요인은 1인 가구가 폐의약품 문제의 핵심 대상으로 떠오르게 만든다. 누구보다도 관리가 필요하지만, 누구보다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집단이 바로 1인 가구라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수거 시스템은 ‘혼자 사는 사람’에게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1인 가구가 폐의약품을 제대로 처리하기 어려운 데에는 사회 시스템의 설계 미흡도 큰 몫을 차지한다. 현재 폐의약품 수거 시스템은 대부분 약국과 보건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거함이 있는 약국조차도 지역 편차가 커서 동네에 따라서는 수거함을 찾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밀집지역이나 원룸촌, 대학가 주변에는 약국이 부족하거나, 약국이 있어도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수거 가능 시간이나 방법에 대한 정보가 불분명해 약을 들고 갔다가 “이건 안 받아요”라는 답을 듣고 되돌아오는 일도 흔하다. 1인 가구는 대부분 직장인이나 학생, 자영업자 등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약을 정리하고 버리기 위해 시간을 따로 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찾아야 하며, 거기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불편은 자칫하면 ‘그냥 쓰레기로 버리자’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처럼 현재의 수거 시스템은 ‘가족 단위’나 ‘공공시설 근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혼자 사는 사람의 삶의 패턴이나 주거 형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 접근성, 시간 제약, 수거처 거리 등 모든 요소에서 1인 가구는 폐의약품 처리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결국 시스템이 불친절하면 실천율은 낮아지고, 이는 곧 폐의약품의 누적과 환경 오염, 약물 관리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구조를 바꾸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폐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홍보나 캠페인을 넘어서 1인 가구의 생활 방식에 맞는 정책 설계와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우선, 약국이 부족한 지역이나 수거함이 없는 지역에는 지자체가 주기적으로 이동형 수거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활용 쓰레기처럼 매월 1~2회 지정 요일에 맞춰 동 주민센터 앞이나 오피스텔 단지에 폐의약품 임시 수거 차량을 배치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비대면 수거 신청 시스템의 도입이다. 폐건전지, 폐휴대폰처럼 폐의약품도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배출 신청을 하면, 약국 또는 보건소에서 수거를 연계하거나 택배 회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1인 가구 맞춤형 약 정리 키트 제공이다. 약을 쉽게 분류하고, 수거 장소까지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분류 봉투, 유효기간 체크 스티커, QR코드 기반 약 정보 확인 도구 등을 포함한 키트를 지자체가 무상으로 배포하면, 사용자는 정리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실천으로 옮기기 쉬워진다. 마지막으로는 커뮤니티 기반 실천 독려가 필요하다.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동네 커뮤니티, 자취생 모임, 대학 총학생회, SNS 기반 챌린지 등을 통해 ‘약 정리 주간’을 운영하고, 인증을 통해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식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폐의약품 문제는 더 이상 의료기관이나 환경부만의 일이 아니다. 각자의 집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생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해결 역시 개인의 의지와 함께, 시스템의 설계가 실천을 도울 수 있도록 바뀌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약 정리를 미뤄둔 1인 가구가 많지만, 올바른 정보와 접근 가능한 제도가 있다면, 그들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실천하는 집단으로 변할 수 있다. 폐의약품 문제의 해답은 바로 그 변화의 가능성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