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 문제는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보건 안전과 직결된 사회적 과제다. 그래서 약국 중심의 수거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편의점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있지만, 현실화 과정에서는 반드시 비용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가장 먼저 고려할 부분은 수거함 설치와 관리 비용이다.
전국 약 5만여 개 편의점 중 절반만 참여한다고 해도 수만 개의 수거함을 제작·배치해야 하며, 각 수거함은 잠금장치와 밀폐 기능을 갖춘 전용 장비여야 한다. 또한, 약물이 불법적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CCTV 설치나 보안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초기 비용은 민간 편의점 본사가 단독으로 부담하기 어려우며,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수거 이후 폐의약품을 약국이나 소각장까지 운송하는 물류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편의점 수거 서비스는 편리함만큼이나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하는 구조다.
비용만큼 중요한 것은 운영 주체와 책임 구조
편의점이 수거함을 설치한다고 해서 곧바로 제도가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폐의약품은 관리가 필요한 ‘특수 폐기물’이므로, 단순히 수거함을 두는 것만으로는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누가 관리할 것인지, 어떤 주기로 수거할 것인지,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매주 혹은 매월 수거 차량이 편의점을 순회하며 폐약을 회수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송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가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또한, 약물이 섞이지 않도록 약국에서 최종 검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약사회의 협조도 필요하다. 만약 이런 책임 구조가 불분명하다면, 편의점 직원에게 불필요한 부담이 전가되거나, 관리 부실로 인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 제도의 현실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지자체-편의점 본사-약사회 간의 협약 체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초기에는 시범사업 형태로 특정 지역에서만 운영해 보고,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효과는 무엇일까?
편의점 수거 서비스가 도입된다면, 단순히 비용 지출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폐의약품 수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편의점은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할 수 있어, 약국 방문이 어려운 농어촌 지역이나 심야 시간에도 손쉽게 폐약을 버릴 수 있다. 둘째, 환경 보호 효과가 커진다. 지금까지 변기나 쓰레기봉투로 흘러 들어간 약물이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켜 왔는데, 이런 문제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셋째,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나 불법 유통으로 인한 범죄를 예방한다면, 장기적으로 의료비와 치안 유지 비용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뒤따른다. 단기적으로는 설치와 운영 비용이 부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 보건 향상과 환경 비용 절감이라는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비용과 효과,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
결국, 편의점 수거 서비스 도입 여부는 비용과 효과의 균형에 달려 있다. 아무리 효과가 크더라도, 비용이 과도하게 크다면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대로 비용을 줄이려다 보안이나 관리가 허술해지면, 불법 유통이나 사고 위험이 커져 제도의 의미가 퇴색된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가 비용을 주도적으로 지원하고, 민간은 공간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형태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이 이상적이다. 이후 일정 수준의 성과가 입증되면, 수거율에 비례한 환경세 감면, 포인트 적립, 기업 CSR 활동 인정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핵심이다. 약국뿐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폐의약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이를 생활 습관으로 정착시킨다면, 비용 대비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편의점 수거 서비스는 단순한 비용 논의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자 사회적 책임으로 접근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폐의약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의점에서 버릴 수는 없나요?’ – 폐의약품 수거를 위한 민간 유통 채널 활용 가능성 (0) | 2025.08.16 |
---|---|
정신과 약물 폐기는 왜 더 위험할까? – 민감 폐의약품의 올바른 처리 (0) | 2025.07.30 |
편의점에서 폐의약품 수거 가능할까? – 민간 유통 채널 활용 가능성 (0) | 2025.07.29 |
지방 소외지역의 폐의약품 수거 문제, 모바일 수거 서비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1) | 2025.07.28 |
‘앱으로 폐의약품 회수 요청하는 시대’는 언제 올까? – 모바일 수거 서비스의 가능성 (0) | 2025.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