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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

폐의약품 수거, 편의점이 약국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한계와 가능성

우리 사회에서 편의점은 더 이상 단순히 먹을거리만 파는 가게가 아니다. 택배, 공과금 납부, 교통카드 충전, 심지어 정부 지원금 수령까지 가능할 정도로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편의점이 약국의 기능까지 일부 대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폐의약품 수거, 편의점의 한계와 가능성

 

특히 폐의약품 수거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시민들은 약국이 아닌 편의점에서도 약을 버리고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단순히 수거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편의점이 과연 약국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보건 안전과 제도 운영 전반을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주제가 된다.

 

약국과 편의점, 역할의 본질적 차이

약국은 단순히 약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복용법을 설명하고, 약물 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을 안내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복약 상담을 통해 추가 진료 여부까지 조언한다. 즉,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보건 의료 서비스 공간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반면 편의점은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유통 채널이다. 약사 없이 판매되는 일반의약품(해열제, 소화제 등)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편의점이 약국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것은 현재 법 체계와 보건 정책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약국이 수행하는 역할 중 일부, 예를 들어 폐의약품 수거, 간단한 일반약 판매 확대, 응급 상황에서의 약품 제공 지원 같은 기능은 편의점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편의점은 약국을 대체하기보다, 약국을 보완하는 역할에 가깝다.

 

편의점이 가지는 가능성: 접근성과 인프라

편의점의 가장 큰 강점은 접근성이다. 전국 어디서든 5분 거리 내에서 찾을 수 있고, 24시간 운영되는 특성이 있어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 거점이다. 이 점은 약국과 비교할 때 큰 이점이 된다. 특히 심야 시간이나 약국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편의점이 보건 안전망의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이 폐의약품 수거 거점이 된다면 약국 방문이 어려운 시민들이 참여하기 훨씬 쉬워진다. 또, 응급 상황에서 기본적인 해열제나 소염제를 바로 구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줄일 수도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드럭스토어나 편의점이 공공 서비스와 결합하여 의약품 접근성을 높인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히 민간 편의시설이 아니라, 생활 속 보건 인프라로서 편의점이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넘어야 할 한계: 법적 규제와 전문성 부족

하지만 편의점이 약국을 대체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명확하다. 가장 큰 문제는 법적 규제다. 우리나라 약사법은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약국에서 약사가 조제해야 하며, 복약 지도를 통해 환자 안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편의점에는 약사가 상주하지 않으므로, 의약품 오남용이나 부작용 문제를 관리할 수 없다. 또한, 약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과 올바르게 복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두 번째 한계는 책임 소재다. 만약 편의점에서 약을 구매하거나 폐기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약국처럼 명확한 관리 주체가 부재하다. 따라서 편의점이 약국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공공기관과 협력하여 수거 시스템을 도입하고, 한정된 품목의 일반약 판매를 확대하는 등 보완적 역할로서 발전한다면 큰 의미가 있다. 결국, 편의점은 약국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약을 더 안전하게 사용하고 버릴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