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수돗물을 마실 때 가장 먼저 염소 냄새나 수질 안정성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계와 환경 단체가 주목하는 새로운 문제가 있다. 바로 폐의약품으로 인한 약 성분의 수돗물 잔류 현상이다. 가정에서 버려진 약들이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거나 쓰레기와 함께 매립될 경우, 그 속에 포함된 화학 성분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토양과 지하수를 거쳐 수돗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여러 연구에서는 항생제, 진통제, 호르몬제가 소량이지만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에서 발견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일반인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미량 성분은 당장 큰 건강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으나, 장기간 축적될 경우 면역 체계 교란, 내성균 증가, 생식 건강 이상 등 여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수돗물 속 약 성분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 건강 안전망과 직결된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수 시스템이 막지 못하는 폐의약품 약물 성분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수장은 염소 소독, 오존 처리, 활성탄 여과 등의 과정을 거쳐 수돗물을 생산한다. 이러한 과정은 세균과 큰 입자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미세한 약 성분 분자를 완벽히 걸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항생제나 호르몬 성분은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실제로 해외 일부 조사에서는 하천과 정수장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문제는 이 수치가 아직 법적으로 규제될 수준에 이르지 않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장기적으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돗물 속 약 성분이 직접적으로 독성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저농도 장기 노출이 인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기존 정수 시스템만으로는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고, 사전에 폐의약품이 수계로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폐의약품이 환경과 인체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
수돗물 속 약 성분은 단순히 인간의 건강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하천과 지하수에 축적된 약물은 수생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호르몬제가 포함된 폐의약품은 물고기의 생식 기관에 변화를 일으켜 개체 수 감소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항생제가 환경에 퍼질 경우,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증가하면서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내성균은 결국 사람에게 역으로 돌아와 기존 치료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인체에 대해서도 잠재적 위험이 크다. 장기간 미량의 약 성분을 섭취하면 호르몬 불균형, 발달 장애,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나 임산부에게는 작은 농도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폐의약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돗물 속 약 성분 문제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환경 파괴와 인류 건강 위협이라는 이중적 문제로 확대된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대응 방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서의 올바른 폐의약품 처리가 중요하다. 약을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 버리는 습관을 버리고, 반드시 약국이나 보건소의 수거함을 이용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폐의약품 수거 시스템을 더 촘촘히 구축하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수 기술 측면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나노필터, 고도산화공정(AOP) 등을 도입해 약물 성분 제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첨단 정수 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인식 변화다. 내가 버린 약 한 알이 결국 내 아이가 마시는 수돗물에 녹아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폐약 관리의 필요성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실천이 쌓여야만,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우리의 환경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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