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물은 다른 약보다 더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하는 의약품이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조현병 치료제 등은 단순한 증상 완화제를 넘어,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직접 작용하는 민감한 약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처럼 민감한 의약품이 복용 중단이나 잔여 처방으로 인해 가정에 방치되고, 적절한 폐기 없이 버려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약물의 특성상 외형이 일반 알약과 비슷해, 누구든 실수로 복용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가 실수로 삼켰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의료적 대응이 늦으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정신과 약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명백한 오해이며, 폐기 방식 하나만 잘못돼도 약물 오남용, 중독, 환경오염이라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과 약은 사용 중일 때만큼이나 사용 후 폐기 과정에서의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치료 도중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 조절을 하면서 약이 남는 경우가 많아 폐의약품 발생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의 폐기는 현재로서는 대부분 개인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다.
정신과 약은 왜 ‘특별히’ 조심스럽게 버려야 할까?
정신과 약물은 일반적인 소화제, 감기약과는 달리 신경계에 직접 작용한다.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 항정신병제제, 기분 안정제 등은 의존성이나 부작용 위험이 높은 약물로 분류되며, 소량의 실수만으로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이나 항불안제인 알프라졸람은 중추신경계에 강하게 작용하며, 일반인이 다량 복용 시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약물이 일반쓰레기나 재활용품 사이에 섞여 유출된다면, 의도치 않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약물 오남용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정신과 약물의 부적절한 폐기는 불법 거래나 청소년의 약물 유입 경로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처방약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가 정신계 약물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의약품은 반드시 전문적 수거 절차를 통해 안전하게 처리되어야 하며, 수거 시스템도 일반 약물과 구분된 별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신과 약물 폐기, 지금은 사실상 ‘방치 상태’
현재 대한민국에서 폐의약품 수거 체계는 ‘약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국은 정신과 약물을 따로 분리 수거하지 않으며, 시민 또한 폐기 방식에 대한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 의원에서 처방을 받는 경우, 약국이 아니라 병원 내 자체 약국에서 조제하는 경우도 있어 수거 안내가 더더욱 미흡한 상황이다.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증상이 호전되어 약을 먹지 않게 되었을 때, 남은 약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같은 방치가 심리적 거리감까지 더해지며 더욱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정신과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 자체를 타인과 공유하기 꺼리는 환자가 많아, 폐기 역시 조용히 혼자 처리하려는 경향이 크다. 이 과정에서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변기에 흘려버리는 방식이 사용되곤 한다. 이러한 방식은 약 성분이 하수도로 유입돼 수생 생물의 호르몬 교란을 유발하거나, 토양에 약물이 남아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보건과 환경의 문제로 확장된다.
민감 약물 수거 시스템, 지금이 만들어야 할 때다
정신과 약물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일률적인 폐의약품 수거 시스템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민감 의약품 전용 수거함의 도입이다. 약국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내에 항우울제·수면제 전용 폐기함을 따로 마련하고, 안전하게 보관되도록 설계된 수거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수거함은 일정한 보안 기준을 갖추고, CCTV가 설치된 장소에만 배치되어야 하며, 전문 수거 인력이 일정 주기마다 수거해 안전하게 폐기해야 한다. 또한, 시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신과 약물 폐기법에 대한 공식적인 안내 포스터, 모바일 알림 서비스, 약국 안내 브로셔 등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환자가 약을 중단하거나 바꿀 때, 병·의원과 약국은 폐기 방법까지 함께 안내하도록 의무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민감 약물 수거에 참여하는 시민에게는 환경 포인트 제공이나 소득공제 연계 등의 인센티브를 도입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이 민감하고 위험한 약들이 은밀히 쓰레기통으로 사라지지 않고, 안전하게 회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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