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 문제는 단순히 ‘약을 어떻게 버릴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곧 지역 간 보건 인프라의 격차와 연결된 문제다. 실제로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약국 또는 보건소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해두고 있지만, 이는 주로 도심지에 집중되어 있다. 약국 밀도가 낮은 군 단위 지역이나 도서산간 지역의 주민들은 수거함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거주지 반경 5km 이내에 수거함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자연스럽게 이 지역의 폐의약품은 수거되지 못하고, 가정 내에 장기간 보관되거나 일반 쓰레기로 처리된다.
이러한 소외지역은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폐의약품 발생량이 오히려 많은 편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약 처방 빈도가 높고, 복용 누락이나 잔약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수거 시스템이 없으니, 주민 입장에서는 버릴 방법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악순환은 약물의 환경 유출, 약물 오남용, 심지어 아이들의 실수로 인한 복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국적으로 폐의약품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처럼 수거 인프라에서 소외된 지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 약국이 없는 곳, 수거 주체는 누구여야 할까?
지방 소외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약국 자체가 없는 동네’라는 점이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약 30% 이상은 행정구역 내에 약국이 1~2개뿐이거나, 심지어 단 한 곳도 없는 마을이 존재한다. 이 경우에는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가 유일한 보건기관이지만, 이들 기관에는 폐의약품 수거 기능이 법적으로 부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약국도 없고, 수거 시설도 없으니 주민은 자연스럽게 “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것”을 택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 지역을 위해 약국을 새로 개설하거나,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요가 적고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물리적 확장보다도 효율적인 연결 수단, 즉 비대면 중심의 회수 시스템이다. 지방에 사는 주민도 클릭 한 번으로 폐약 수거를 요청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수거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것이 바로 모바일 기반 수거 서비스다.
모바일 수거 서비스, 지방에서도 작동 가능한 구조일까?
많은 이들이 ‘지방에는 IT 시스템이 어려울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도심과 지방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카카오톡이나 배달앱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고령층도 늘어나고 있다. 즉, 앱 기반의 서비스라고 해서 지방에서 작동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 접근시키느냐’는 것이다. 지자체나 보건소가 직접 나서서 주민에게 수거 앱을 소개하고, 폐의약품을 등록하거나 수거 요청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만 갖추면 된다. 예를 들어, 보건지소나 마을회관에서 한 달에 한 번 방문 수거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일정 수량 이상이 등록되면 자동으로 수거 담당자가 출동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이미 헌옷 수거, 폐가전 방문 회수, 농촌택배 서비스 등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폐의약품이라고 해서 다를 이유는 없다. 지방의 문제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서비스를 설계하고 연결하는 주체’의 부재다. 제대로 기획하고 실행하면, 도심보다 오히려 더 효율적인 회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소외지역의 수거 문제, ‘앱, 지자체’ 협력이 답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앱을 통한 수거 요청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냐가 아니라, 지자체가 이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폐의약품 수거 앱은 단순히 민간 기업이 만들기보다는, 공공과 연결된 플랫폼으로서 운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부 또는 각 지자체가 수거 데이터를 관리하고, 실제 수거는 민간 수거 업체가 맡는 혼합 운영 구조가 현실적이다. 주민은 앱에 폐약을 등록하고 수거를 요청하면, 지정된 날에 담당자가 해당 주소를 방문해 폐약을 수거해 간다.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앱 사용이 간편하고, 접근성이 높으며, 보상 요소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폐의약품을 등록하면 환경포인트 지급’, ‘마일리지로 종량제 봉투 교환 가능’ 같은 인센티브가 함께 제공되면 참여율은 급격히 높아진다. 지금까지의 폐의약품 수거 정책이 도심 약국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지방 거주자도 동등한 환경권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과 공공의 결합이 필요하다. 모바일 수거 서비스는 지방 소외지역의 약 수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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