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

‘자동 약 리필 서비스’가 불러온 폐의약품 누적 문제

cloud1news 2025. 7. 26. 10:30

최근 몇 년 사이, 의료 소비자의 약 복용 경험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만성질환자나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동 약 리필 서비스’는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일정 주기로 자동 배송해 주는 방식으로, 사용자는 별도로 병원에 방문하거나 약국에 들를 필요 없이, 집에서 꾸준히 약을 받아볼 수 있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 거주자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게는 상당한 편의로 작용하며, 정기적인 복약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효율적으로 보이는 시스템의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환경 문제와 약물 낭비의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바로 ‘사용하지 않은 약의 누적’, 즉 폐의약품 문제다.

 

자동 약 리필 서비스와 폐의약품 누적

 

자동 리필 서비스는 ‘정기 배송’이라는 시스템의 특성상 사용자가 실제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모두 다 복용했는지를 체크하지 않고 정해진 날짜마다 약을 보내준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때때로 약을 다 복용하지 않았는데도 다음 분량을 받게 되고, 남은 약은 자연스럽게 가정 내에 쌓이게 된다. 일시적으로는 보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복용 기한이 지난 약이 늘어나고, 결국 사용되지 못한 채 폐기 대상이 되는 약이 점점 누적된다. 특히 치매를 앓고 있거나, 혼자 사는 고령자일수록 복약 스케줄을 잊거나 중복 복용을 피하려고 약을 남겨두는 경향이 크다. 이는 단순한 약 낭비를 넘어서, 약물 과잉 공급에 따른 폐의약품 증가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시스템 중심인 배송 구조

자동 약 리필 서비스는 ‘사용자 맞춤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시스템 중심의 일괄 처리 방식을 따른다. 즉, 사용자가 “이번 달 약은 충분하니 다음 배송은 미뤄달라”는 요청을 직접 하지 않는 이상, 시스템은 일방적으로 약을 발송한다. 문제는 많은 사용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거나, 별도로 고객센터에 연락하는 것 자체를 번거롭게 여긴다는 점이다. 그 결과,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약을 공급받게 되고, 이는 폐기되는 약의 양 증가로 이어진다.

게다가 이러한 시스템은 ‘의료 소비자’가 아닌 ‘약의 소비자’로 환자를 규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윤리적 비판도 제기된다. 약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자동 리필 구조는 약을 ‘정기배송 식품’이나 ‘정기구독 잡지’처럼 취급하고 있다. 사용자가 복용을 중단했더라도, 복약 스케줄이 바뀌었더라도, 시스템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계속해서 약을 보내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약물 관리의 주체가 환자가 아닌 시스템으로 전도된 구조이며, 그 결과로 잔약 발생률은 높아지고, 처치되지 않은 약은 가정에서 방치되거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다.

 

폐의약품 발생은 ‘투명한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다

자동 약 배송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 폐의약품의 정확한 양은 아직까지 공식 통계로 확인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동 배송을 통해 공급된 약이 가정 내에서 얼마나 복용되었고, 얼마나 남았는지를 추적할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폐의약품 수거는 대부분 자율적으로 이뤄지며, 약국이나 보건소에 수거함이 있는 지역에 한정되어 운영된다. 더욱이 자동 배송 약은 약국 방문 없이 수령되므로, 수거 안내를 받을 기회도 줄어든다.

이러한 구조는 곧 ‘보이지 않는 폐의약품’을 만들어낸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폐약으로 인식하지 않고 처리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다량의 약을 받아 놓고 실제 복용률은 낮은 경우, 약품이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까지 아무도 이를 관리하거나 회수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약물 오남용, 어린이의 우발적 섭취, 환경 유출 등 2차 위험이 동반되는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자동 리필 서비스를 통해 공급된 의약품에 대해 ‘회수율’을 모니터링하거나, 폐기 유도를 위한 정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약의 ‘자동화’ 이전에 필요한 것은 폐기 관리의 ‘책임화’

자동 약 리필 서비스는 현대인의 건강관리 습관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지만, 그에 따른 폐의약품 처리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폐의약품 수거 캠페인을 간헐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자동 배송 사용자들을 위한 별도의 안내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관련 민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약국에서는 “환자분들이 자동 배송받은 약이 너무 많아져서, 한 번에 폐기하러 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자동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약국은 약 배송 시 폐의약품 안내를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며, 일정 주기로 사용자의 복용 상태를 확인하고, 약이 남아 있다면 배송을 연기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약을 받을 때 폐약 반납용 키트나 안내 리플릿을 함께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에 대해 일정 기준을 제시하고, 폐약 회수율을 추적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자동 약 리필 서비스는 분명히 현대 의료 소비의 흐름에 부합하는 유용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편리함만 강조한 나머지, 약의 남용과 낭비, 폐기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약은 여전히 사람의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관리의 책임이 따른다. 앞으로는 정기배송의 혁신과 함께, 지속가능한 의약품 사용 시스템도 병행되어야 한다. 자동 배송된 약이 폐기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책임 있는 사용과 회수에 대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