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

온라인 약 구매 증가와 폐의약품 증가의 상관관계 – 비대면 진료 시대의 그림자

cloud1news 2025. 7. 25. 10:30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빠르게 ‘비대면’이라는 키워드로 전환되었다. 의료 서비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2020년 이후 임시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약 배송 제도는 시민들에게 큰 편의를 제공했다. 병원에 직접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진료를 받고, 약국에 방문하지 않아도 의약품을 집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온라인 약 구매 증가와 폐의약품의 관계

 

하지만 그 편리함 이면에는 이제껏 주목받지 못했던 환경적·보건적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바로 ‘폐의약품’ 문제다. 이전에는 약국에서 직접 약을 수령하고, 약사로부터 복용 방법과 보관·폐기에 대한 설명을 듣는 구조였다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거나 축소되었다. 이로 인해 사용되지 않고 남는 약, 즉 폐의약품의 발생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적절한 처리 없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으로 받은 약, 수거는 누가 책임지나?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한 약은 특성상 더 오래 방치되기 쉽다. 기존의 약국 대면 수령 방식에서는 약사가 복약지도를 통해 잔약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남은 약은 다시 약국에 가져와 수거함에 넣는 식의 루틴이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배송 약은 이러한 경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약을 배송 받은 사람은 약을 전부 복용하지 못한 경우에도 이를 어디에 반납하거나 버려야 하는지 몰라 가정 내 서랍에 넣어두거나, 일반 쓰레기와 함께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한 주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받은 약은 폐기 방법을 안내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이는 곧 ‘인식 부재’로 이어지고, 결국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1인 가구와 고령층이 겪는 폐의약품 사각지대

특히 문제는 1인 가구노년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1인 가구는 건강을 관리하는 데 있어 간편함과 접근성을 중요시해 온라인 약 구매 비중이 높다. 문제는, 병원 방문이나 약국 이용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의약품을 상비약처럼 다량 구매한 뒤 복용하지 않고 남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반면 노년층은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에 적응은 했지만, 약 복용을 혼자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복약 누락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약이 남아 쌓이게 된다. 이러한 잔약은 결국 폐의약품으로 전환되며, 적절히 처리되지 않으면 환경오염과 약물 오남용 문제를 유발한다. 온라인으로 배송된 약이 정작 더 많은 잔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책은 오프라인, 현실은 온라인 – 수거 시스템의 공백

온라인 약 구매가 일상이 되어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정부 정책은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폐의약품 수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현행 정책은 약국이나 보건소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을 통해 약을 처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약을 받은 사람은 약국에 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수거함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일부 약 배송 플랫폼에서는 복약지도 외에도 폐기 안내 정보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즉, 디지털화된 약 구매 시스템은 사용자 편의성은 높였지만, 폐기 단계의 시스템적 연계는 놓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약 배송 서비스에 폐의약품 안내나 회수 시스템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단순한 미비가 아닌 정책적 사각지대이며, 이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해외 사례로 보는 ‘약 배송 + 폐약 회수’의 가능성

이러한 문제는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온라인 약국에서 약을 배송할 때 ‘리턴 봉투’를 함께 제공하고, 사용 후 남은 약을 무료로 회수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온라인 약 배송 시 남은 약을 다시 회수해 약국으로 돌려보내는 연계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미 약 배송의 확산과 그로 인한 폐의약품 증가의 상관관계를 정책적으로 인지하고, 예방 조치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약은 약국에서 받아야 한다’는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온라인 구매 이후의 잔약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나 회수 체계는 부재한 실정이다.

 

이제는 ‘온라인 약 구매는 편리하다’라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한 시대다. 그 편리함 뒤에 따라오는 사회적 비용, 특히 폐의약품이라는 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정책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온라인 약 배송 허용을 지속하려면, 폐의약품 처리 안내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동으로 제공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동시에, 약 배송 시 ‘폐약 반납 키트’를 동봉하거나,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모바일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현실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개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온라인으로 약을 구매한 이들은 남은 약이 쌓이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정리하고, 수거 가능한 장소를 찾아 올바르게 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실천 하나가 환경과 건강, 그리고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