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물질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약국, 보건소 등을 중심으로 수거 체계를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수도권 대표 도시인 서울과 영남권 중심 도시 부산은 행정 규모나 환경 정책 우선순위 측면에서 차이를 가지며, 폐의약품 수거 정책에서도 그 격차가 드러난다.
두 도시 모두 인구가 많고 고령층 비율도 높은 편이라 폐의약품 발생량도 상당하지만, 실제 시민들이 얼마나 쉽게 수거함을 찾고, 얼마나 자주 이용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과 부산의 폐의약품 수거 정책을 구조, 시스템, 홍보 방식, 시민 접근성 등의 측면에서 비교해 보고, 지역별 장단점을 짚어본다.
수거 인프라와 행정 체계 – 서울은 촘촘, 부산은 분산
서울시는 폐의약품 수거 정책을 환경부 지침보다 한 발 앞서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폐의약품 집중 수거 기간’을 정해 약국, 보건소와 협력하며 캠페인을 운영한다. 서울시는 환경정책과와 보건정책과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수거함 설치를 넘어 시민 교육과 행정 협조까지 종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강남구, 송파구 등 일부 자치구는 폐의약품 수거 위치를 지도 형태로 제공하며, 지역 주민센터에도 수거함을 확대 설치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16개 구·군 중 일부 지역만이 폐의약품 수거 정책에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해운대구, 남구, 연제구 등은 보건소를 중심으로 수거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구는 관련 예산 부족 또는 협력 약국 미확보로 인해 수거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또 서울과는 달리 부산은 시민이 직접 약국에서 수거함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설치 위치가 잘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두 도시 모두 제도는 유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시스템의 품질에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보와 인식 개선 노력 – 서울은 캠페인 중심, 부산은 제한적 정보 제공
서울시는 폐의약품 수거 정책에 있어 시민 인식 개선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구·강서구·마포구 등 일부 구청은 정기적으로 전단지, 지역신문,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폐의약품 처리 방법을 안내하고 있으며, 보건소 홈페이지에도 수거 위치 및 이용 방법을 표 형태로 정리해두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폐의약품 안전처리 교육’을 보건소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고령층 주민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학교 및 지역아동센터 대상 약물 안전교육과 병행되는 폐기 교육은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접근이다.
반면 부산시는 폐의약품 수거 정책에 대한 홍보 자료나 교육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공식 홈페이지나 구청 보건소 페이지에 수거 위치나 수거함 운영 여부가 명확히 안내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고, 담당 부서 정보조차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부산 일부 시민은 “수거함이 있는 줄도 몰랐다”거나 “약국에 가져갔더니 거절당했다”는 불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행정 미비를 넘어, 시민들의 생활 속 실천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요컨대, 서울은 접근성과 정보가 동시에 잘 갖춰져 있는 반면, 부산은 시스템의 기본 틀은 존재하지만 실질적 정보 전달력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시민 체감도와 개선 방향 – 격차 줄이기 위한 현실적 제안
서울과 부산의 가장 큰 차이는 **‘시민 체감도’**에서 드러난다. 서울 시민들은 약국이나 보건소에 폐의약품 수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수거함을 이용한 경험도 많다. 반면 부산 시민들은 수거함의 존재를 모르거나, 찾기 어렵거나, 거절당한 경험으로 인해 폐의약품을 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격차는 곧 환경에 대한 기여도, 정책 실효성, 행정 신뢰도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그렇다면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부산시는 약사회와의 협력을 확대해 더 많은 약국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수거함 위치를 공공 데이터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구청 홈페이지, 보건소 게시판, 버스 정류장 등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안내문을 제공하고, 모바일 지도로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서울 역시 모든 자치구가 동일한 수준은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수거 비율이 낮은 지역에는 인센티브 제도, 예산 확대 등을 통해 수거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두 도시 모두가 “시민이 쉽게, 정확하게 버릴 수 있게”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일이다. 약 하나가 다시 수질로, 식탁으로, 건강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폐의약품 수거 정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폐의약품 수거는 단순한 생활 행위가 아니라,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작은 사회적 실천이다. 서울과 부산은 모두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이지만, 폐의약품 수거 정책에서는 여전히 체계, 인식, 접근성 면에서 격차가 존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간 정보 격차를 줄이고,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수준의 환경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각자의 지역에서 폐의약품 수거함을 찾는 일은 곧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오늘 내가 약을 어디에 버리는가가, 내일의 환경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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