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 치료제가 되는 약이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먹다 남은 약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 서랍 속, 가방 안, 혹은 식탁 위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그 약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알록달록하거나 단맛이 나는 약을 사탕처럼 생각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약을 삼키는 사고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외 응급의료센터에서는 매년 수천 건의 '어린이 의약품 오남용 사고'가 보고되고 있으며, 상당수가 보관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들이 폐의약품을 잘못 섭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사례들을 살펴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약 보관 및 폐기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본다. 내 아이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먹지 않는 약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감기약의 달콤한 유혹, 4세 아이 응급실행
서울에 거주하는 한 가정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고다. 당시 네 살 된 아이는 엄마가 외출 준비 중일 때, 식탁 위에 놓여 있던 분홍색 시럽형 감기약을 마셨다. 해당 약은 유통기한이 지난 지 1년이 넘은 폐의약품이었으며, 보관 상태도 좋지 않아 내용물이 이미 변질된 상태였다. 아이는 섭취 후 30분이 지나 심한 졸음을 보였고, 구토와 함께 얼굴이 붓는 알레르기 반응이 동반되었다. 결국 응급실로 옮겨져 위세척과 수액 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의사는 "약 성분 일부가 열화 되어 독성 반응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약이 '사탕처럼 보였고, 달콤한 향'이 났다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그것이 약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음료나 디저트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는 단지 아이의 행동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관리 책임 부재에서 비롯된 사고였다. 시럽약은 특히 어린아이에게 유혹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폐의약품이라도 액체 상태로 남아 있다면 더더욱 위험하다. 이런 약은 무조건 수거함에 버리거나 즉시 폐기하는 것이 옳다. 보관만으로도 위험한 폐의약품은 절대 아이의 손이 닿는 곳에 두어서는 안 된다.
색깔 예쁜 알약, 아이에겐 장난감처럼 보인다
경남 김해에 사는 6세 남자아이는 부모의 외출 중에 거실 서랍을 열고, 안에 있던 약 봉투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남은 위장약, 해열진통제, 그리고 조제된 항히스타민제가 섞여 있었다. 아이는 예쁜 색의 작은 알약 몇 개를 입에 넣었고, 수 시간이 지난 뒤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보호자가 상황을 인지한 것은 아이가 구토와 두통을 반복하며 혼수상태에 가까운 증상을 보이면서였다. 응급실에서 위세척과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복용된 약물 중 일부 성분이 어린이에게 금기 성분으로 분류되는 것이었고, 다행히 빠른 조치로 큰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사고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약이 '알약 형태'였다는 점이다. 많은 부모는 시럽이나 액체 형태의 약만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알약이나 캡슐 또한 어린이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투명한 색상, 젤리 같은 질감, 작은 크기의 알약은 장난감이나 젤리로 오인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약을 한꺼번에 여러 개 복용할 경우, 성분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선 약은 절대 아이의 눈에 띄는 장소에 두지 않고, 사용 후 남은 것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
사고 이후의 대응과 예방을 위한 보관·폐기 원칙
만약 아이가 약을 삼켰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복용량과 약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고 당시 어떤 약을, 몇 정 복용했는지를 모른다면 의료진의 조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폐의약품은 유효기간이 지난 탓에 성분이 변했을 가능성도 있어, 기존 의약품 설명서만으로 대응이 어렵다. 응급상황에서는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응급실로 아이를 이송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고를 막기 위한 사전 조치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약은 무조건 잠금장치가 있는 약 보관함에 보관할 것. 식탁, 화장대, 가방 안처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공간은 위험하다. 둘째, 먹지 않는 약은 가능한 한 빨리 폐기할 것. 특히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나중에 쓸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보관해서는 안 된다. 셋째, 약국이나 보건소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을 정기적으로 이용할 것.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폐의약품 전용 수거 위치를 온라인으로 안내하고 있어 접근이 더욱 쉬워졌다. 약 하나의 방치가 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어린아이는 약이 무엇인지, 먹으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보호자인 어른은 아이의 손이 닿는 모든 공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폐의약품은 단순히 오래된 약이 아니다. 그것은 관리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가정에서는 무심코 남겨진 약이 아이의 손에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이를 방치한다면, 다음 사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오늘 집 안의 서랍, 가방, 식탁 위를 살펴보자.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그 약 하나가, 내 아이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폐의약품은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책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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